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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그래씨, 케이블 드라마도 가능한 겁니까?

In 심층기획 posted Dec 06, 2014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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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 불어닥친 '미생 신드롬'


죽을 만큼 열심히 하면 나도 가능한 겁니까?”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명대사다. 죽을 만큼 열심히 해도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주인공의 모습에 직장인이 대부분인 20-30대층은 공감했다. 그들의 열렬한 시청에 힘입어 드라마 미생은 지상파를 포함한 동시간대 TV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에 방영된 12회는 최고 시청률 7.8%(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미생>의 원작은 우리 대학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윤태호 교수의 웹툰이다. 웹툰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아 드라마화 됐고, 출판된 단행본은 드라마에 대한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200만부를 판매기록을 돌파해 올해 최고 판매량을 경신했다.


미생은 삶과 죽음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이는 완생으로 살지 못하고 미생으로 있는 우리들의 삶을 비유한다.


<미생>은 바둑을 소재로 직장생활의 애환을 그려낸 이야기다. 불안정하지만 완전함을 지향하는 직장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미생>이 보여준 직장생활은 특별함이 있다. 타 직장인 드라마가 웃음꽃 피어나는 직장생활을 보여줬다면 <미생> 속 직장의 풍경은 기본적으로 어둡고 우울하다. 주인공 장그래는 유년시절 바둑신동으로 대부분의 삶을 바둑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프로입단에 실패한다. 이후 군생활을 마치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던 도중 지인의 도움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회사인 원인터내셔널에 입사한다. 평생을 바둑에 투자한 장그래는 입사 후 학벌 때문에 모욕을 받기도 하고 타인의 잘못을 덮어써 오해받는 등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불안정한 고용과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끊임없는 경쟁으로 인한 직장인들의 불안함과 스트레스 등 21세기 한국의 직장생활이 드라마 속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처럼 직장생활을 생생하게 담아냄으로서 직장 교본 드라마라는 호칭을 시청자들로부터 부여받기도 했다. 프레젠테이션 준비 방법, 상사에게 대처하는 방법 등 직장인의 처세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미생>직장생활의 애환에 집중해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케이블 드라마기 때문이다. 윤태호 교수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의 드라마화를 놓고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들이 나를 찾아왔을 때, ‘러브라인이 꼭 나와야 된다고 말했다미생을 공중파에서 맡아 연출하게 된다면 이 이야기는 대기업 인턴이 연애하는 뻔한 이야기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하며 <미생>이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된 이유를 밝혔다.


<미생> 열풍에서 볼 수 있듯이 지상파 시청자들은 예측 가능한 사랑이야기를 보는 대신 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드라마 <미생>의 성공은 여태껏 틀에 갇혀있던 지상파 드라마에 새로운 길을 제시해줬다.



지상파,  보고 있나?


실험정신으로 새로운 트렌드 제시

  케이블 드라마는 실험정신과 창의적 상상이 더해져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해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 방영한 <갑동이(tvN)>는 지상파에서 다루기에는 예민한 소재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이다. <갑동이>의 제작진들은 방영 전부터 수사물이 아닌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며, 기존의 장르물과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장르물을 완성시켰다. 또한 <푸른거탑>, <푸른거탑 리턴즈> 등의 푸른거탑 시리즈는 기존의 지상파 드라마에서 보지 못한 군대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현실적인 군대 상황을 담아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영된 극한심리추적극 <라이어게임> 역시 참신한 소재와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호평을 받으며 막을 내렸다. 최근에는 <식샤를 합시다>와 같은 먹방(먹는 방송)드라마도 등장해 바야흐로 케이블 드라마의 시대가 도래했다.

 

작품성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다.

  기존의 지상파 드라마들은 주인공들의 연애와 사랑이 주가 되어 틀에 박힌 내용이 일색이었던 반면, 케이블 드라마들은 주어진 컨셉과 상황에 맞는 상황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극의 작품성을 높이고 있다. 그간 지상파 드라마들은 시청률을 높이는 것에 연연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장면들을 불필요하게 삽입해왔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죽는다거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고,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 불륜 등의 사례는 유명하다. 그러나 케이블 드라마들은 흥행성과 화제성에 연연하기보다 작품성있는 드라마들을 내놓고 있다.

2013tvN에서 방영됐던 <나인:아홉번의 시간여행>은 주인공이 향을 통해 9번의 시간 여행을 한다는 탄탄한 스토리를 통해 일명 나인 폐인을 만들고, 시청자들에게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으며 지상파 드라마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다. <나인>의 김병수 감독은 그 해 대전 드라마 페스티벌에서 에이판 연출상을 수상하며, <나인>의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한편, 화제성과 작품성을 둘 다 잡은 작품도 있다. tvN의 대박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방영될 당시, ‘응사앓이를 일으키며 당시 공중파 드라마 기황후(MBC), 비밀(SBS)은 물론, 드라마를 포함한 공중파 프로그램들을 제치고 콘텐츠 파워 지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마니아층 사로잡아 시즌제 방영

  이영애라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노처녀를 주인공으로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막돼먹은 영애씨(tvN)>20074월을 시작으로 매년 두 편의 시리즈를 이어오며 올해 시즌13을 맞았다. 현재는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4>를 제작 중에 있다. 이런 시즌제 드라마들은 기존 주요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하되,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펼쳐져 지난 시즌의 시청자들과 마니아층을 고정 시청자층으로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흥행을 보증 받는다.

그러나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에는 콘텐츠 자체의 힘보다는 캐스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주연 배우의 출연료와 일정에 구애를 많이 받아 현실적으로 시즌제 드라마를 만들기 힘들다. 시리즈, 시즌제 드라마가 나오더라도 지상파 드라마들은 새로운 시즌이 나오기까지의 기간이 길지만, 케이블 드라마는 기다리는 시간이 비교적 짧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흡입력높이는 케이블 드라마만의 매력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에 의존하며 인물중심의 스토리가 대부분인 지상파 드라마들과 달리, 케이블 드라마들은 사건과 에피소드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은 앞선 한 회를 보지 못했더라도 다음 회를 볼 수도 있고, 시청자들의 흡입력을 높일 수 있기도 하다. 또한 지상파 드라마보다 법적 규제가 덜해 대담한 대사가 가능하기도 하며 드라마에서 보다 현실적인 상황 연출이 가능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케이블 드라마가 대세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케이블 드라마를 즐겨보는 박병욱(컴퓨터공학·14) 학우는 “tvN을 비롯한 케이블 채널을 즐겨 보지만, 가끔 일부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선정적인 장면이 나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방송된 드라마 갑동이에선 시체가 발가벗은 채 잔인하게 죽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기도 했고, 극 중에 욕설이 난무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또한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목을 조르는 장면이 여과없이 그대로 방영됐다. 또 지난 2011년 방송된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에서는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의 가슴을 만지는 장면이 방송돼 ‘15세 이상 시청가가 맞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당 채널에 수차례 경고를 주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지만 케이블 채널의 선정성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법적 제재가 미미하자 다른 케이블 방송국 역시 공중파 방송에 비해 비교적 덜 까다로운 규제와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오로지 시청률을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 편성은 물론, 아이들이 시청하는 시간대에도 자극적인 방송을 일삼아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이를 막고자 방송통신심위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심의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시청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어떠한 표현물이 얼마나 선정적인가에 대해선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순히 음란한 방송·전기통신을 금지한다고 규정돼 있다. 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50여명의 직원이 모든 방송매체를 심의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처럼 부족한 인원으로 인해 심의 대상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대충 의결하는 졸속 심의도 만연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도 공중파만큼 구체적이고 명확한 심의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케이블 방송사 자체적으로도 케이블 방송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스스로의 노력이 요구된다.


김나연 기자 naa@

박재현 기자 reenact@

오세용 기자 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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