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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호 기자가 말한다] 경비원이 머슴입니까?

posted Dec 06, 2014 Likes 0 Replies 0

  지난 달,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경비원 이씨가 아파트 입주민들의 인격 모독적 언행과 폭언에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분신을 시도했다. 이씨의 동료 경비원은 평소 한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먹던 떡이나 과일 등을 5층에서 던지며 모욕감을 줘 이씨가 괴로워했었다고 이야기했다.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경비원들은 24시간을 격일로 근무하며, 주당 평균 61.8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지만 전체 경비원의 95.4%가 비정규직이며, 추운 겨울에도 한 평 남짓한 공간의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주민들에게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경비원들은 주업무인 경비·감시 이외에도 주민들의 주차를 대신해주다 차가 긁히면 수리비를 내주고, 심지어는 주민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을 주며 쓰레기통 취급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아들 뻘 나이의 주민들에게 반말을 들으며,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경비원들은 언제 잘릴지도 모르는 불안함에, 부당한 대우와 횡포를 받고도 참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3, 경비원 분신이 있었던 이 아파트는 입주자 대표회의를 열어 현재 용역업체와 더 이상 계약을 맺지 않기로 했고, 해당 아파트에 근무하고 있는 70여 명의 경비원들은 이미 지난달 전원 해고 예고 통보를 받은 상태다. 해당 아파트의 회의에서는 우울증 증상이 있는 경비원을 취약한 장소에 배치한 것은 경비업체가 관리를 잘못한 탓이다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내년부터 아파트 경비와 같은 감시·단속적 업무 종사자들에게도 최저임금 100%가 적용이 돼 경비원들의 임금이 오르는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이전까지만 해도 경비원에게는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헌법 상 국민은 근로의 의무와 동시에 근로의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법에 따라서 법이 개정됐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의 100%가 적용되면서 올 해보다 평균 10~20만원 상당의 임금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경비원들은 이 상황을 달갑게 여기고 있지 않다. 임금이 오르면서 실직하는 경비원들의 숫자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경비원들은 최저임금을 보장받게 되자 해고의 위기에 서있게 됐다. 해고가 이루어지고 나면, 남게 된 경비원들의 업무 환경은 더 열악해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갑과 을의 관계라고는 하나, 경비원들은 우리가 잠든 시간에도 안심할 수 있도록 아파트를 지켜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경비원들은 퇴직 후 이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민들보다 나이도 많다. 우리 주변의 흔한 아버지의 모습이지만, 그들은 현대판 머슴이라 불릴 정도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우리 역시 경비원을 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아파트를 들어설 때, 매번 경비실을 지나치면서도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명절에 경비원 사무실을 찾아 작은 것이라도 선물하는 풍토는 이미 옛 모습이 된지 오래다. 주차를 대신해주고, 길거리의 눈도 치워주며, 아파트를 24시간 경비해주는 경비원들에게 주민들의 대우는 추운 겨울 날씨보다도 더 차갑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니다. 고마운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김나연 기자 naa@s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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