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615호 독자투고] 헛된 걸음은 없었다

posted Dec 06, 2014 Likes 0 Replies 0

<헛된 걸음은 없었다> 123202 신문방송학과 김지아


독자투고사진.jpg




  일은 1학년 겨울방학에 시작됐다. 여름방학에 놀지도 못하고 쓰리잡한 설움을 풀고자 해서 국내 8도 찍기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 출발 3일 전인가. 기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 책을 한권 사야겠다 싶었다. 서점을 둘러보다 한 책을 집어 들고 서문을 읽는데 그냥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박원순 시장님이 쓰신 백두대간 종주기였다. 그렇게 난 이 책과 함께 1012일을 여행했다. 수많은 곳을 돌아보며 생긴 입장권으로 책갈피를 하고 낯선 곳에서 잠들 때 항상 이 책을 읽었다.

 

  여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은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비문명 속에서 살아온 날을 되짚어보고 살아갈 날을 그리는 책 속 대원들의 모습은 23년 간 자기 고민없이 산 나를 반성케 했다. 그리고 슬슬 결심했던 것 같다.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해보기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검색에 들어갔다. 막막했다. 지리산부터 설악산까지 도산거리 650km, 약 두 달 동안 자연을 화장실 삼아 비문명에서 살아야 하고 짐무게는 최소 15kg, 장비가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정말 궁하면 통하는 건가. 책에 나온 대원들 중 한 분의 연락처를 운 좋게 알아냈다. 책을 보고 이러이러한 것을 느껴서 꼭 도전해보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청춘에게 길잡이가 되어달라는 오글거리는 말도 덧붙였다. 3시간 뒤 그분께 전화가 왔다. 그 뒤로 일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매주 그분을 만나 종주대를 꾸리기 위한 기획서를 만들어가 검사받고 수정하고 단원들을 모집했다. 허황되게만 보였던 백두대간의 꿈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 종주대는 20136월 지리산에 첫 발을 내딛었고 51일 동안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설악산 권역을 차례로 밟아 나갔다. 낯선 환경과 극한 상황에 필사적으로 적응해야 했다. 자기 고민하러 갔지만 먹고 자고 싸는 문제가 더 시급하게 다가왔다. 힘들게 걷는다고 기대했던 거창한 깨달음이 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서서히 알게 됐다. 15kg내외의 짐을 지고 무릎으로 기는 한 걸음이, 뙤약볕 속에서 이 악물고 떼는 한 걸음이 결국엔 목적지로 가기위한 여정이라는 것을. 길을 잘못 들어 되돌아가는 걸음마저도 목표를 향한 과정이라는 것을. 내가 백두대간에서 느낀 것은 다른 게 아니었다. 헛된 걸음은 없다는 것. 그것 하나였다.

 

?

  1. [637호 독자투고]

    Date2017.03.21 Byearth Views11
    Read More
  2. [636호 독자 모니터링]

    Date2017.03.21 Byearth Views6
    Read More
  3. [637호 기자가 말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Date2017.03.21 Bychanmi Views4
    Read More
  4. [636호 독자투고] '지금 신문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Date2017.03.21 Bychanmi Views5
    Read More
  5. [636호 : 기자가 말한다] 약속을 지킬 마지막 기회

    Date2017.03.06 By한다미 Views7
    Read More
  6. [636호: 사설] 대학, 교육부라는 시험지를 받다

    Date2017.03.02 Byearth Views5
    Read More
  7. '세월'이 참 무심하다.

    Date2015.03.23 By문형민 Views94
    Read More
  8. [616호 독자 모니터링] 615호를 읽고

    Date2015.03.09 By관리자 Views65
    Read More
  9. [616호 독자투고] 신입생에게 하고 싶은 말

    Date2015.03.09 By관리자 Views80
    Read More
  10. [616호 사설] 교육부, 더는 횡설수설하지 말아야

    Date2015.03.09 By관리자 Views46
    Read More
  11. [616호 기자가 말한다] 저가담배,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

    Date2015.03.09 By관리자 Views39
    Read More
  12. [615호 보고듣고거닐다]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Date2014.12.08 By관리자 Views82
    Read More
  13. [615호 독자 모니터링] 614호를 읽고

    Date2014.12.06 By관리자 Views166
    Read More
  14. [615호 기자가 말한다] 경비원이 머슴입니까?

    Date2014.12.06 By관리자 Views55
    Read More
  15. [615호 독자투고] 헛된 걸음은 없었다

    Date2014.12.06 By관리자 Views40
    Read More
  16. [615호 사설] '티온', 학생회의 본질을 되찾아야

    Date2014.12.06 By관리자 Views7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